지은이(옮긴이) | 김규현 지음 |
카테고리 | 티벳시리즈 |
펴낸날 | 2003.01.25 |
쪽수 | 340p |
가격 | 18,000원 |
중국의 티베트 침략에 따른 달라이 라마의 망명으로 세계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릴 위기의 설역 고원 티베트,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함께 눈속에 파묻힌 그 신비의 역사를 저자의 오체투지로 녹여 되살린 명실공히 세계 최초의 티베트 역사 이야기, 티베트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수학한 티베트 연구가이자 화가인 다정 김규현의 십여 년에 걸친 노작. 이 책은 티베트 창세기부터 현재 제1대 달라이 라마의 망명까지 역사가의 눈과 화가의 손길과 시인의 숨결로 한테 빚어낸 인류 정신의 보고이다. 특히 티베트 여행을 위한 세밀한 길잡이까지 하고 있는 이 책은 국내외적으로도 티베트학(tibetanology)의 한 획을 긋는 귀중한 저작이다.
많은 이들이 한결 같은 찬사와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티베트 역사산책'은 티베트의 정신과 역사와 인간과 자연을 가장 상세하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종이거울'이다. 토굴에 들어앉아 묵언참선(默言參禪) 십 년을 하느니 이 책을 구해서 열 시간만 탐독해보라!
-이외수(소설가) 추천사 중에서 -
'티베트 역사산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잔가지와 무성한 잎을 젖히고 '티베트 정신사'라는 거대한 거목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정신세계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이번 저작은 다른 티베트 관련 담론들을 앞지르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 임성조 -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비로소 접하게 되는 티베트 과거사의 놀라운 파노라마, 그것은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 모을 만하다. 뵈릭민족의 아득한 신화, 토착신아인 뵌뽀교와의 오랜 갈등 끝에 겨우 정착되는 티베트 불교, 천년에 걸친 토번(吐蕃) 왕조의 웅대함, 영웅호걸들의 눈부신 활약, 뛰어난 황제와 정치가, 종교가들...... 독자는 거기서 살아 있는 역사의 고동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박희진(시인) -
신화를 보는 재미와 역사를 듣는 교양이 함께 하는 책
'신비의 땅 티베트'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은 우리가 티베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몇 편의 영화가 개봉되고 수십 권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지만 우리에게 티베트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 준 책은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머나먼 서구나 가까운 중국의 역사는 제법 꿰고 있어도, 같은 아시아 대륙에서 뿌리박고 살아 온 투뵈(吐蕃) 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어도 알 수가 없었다. '티베트'라고 하면 신비의 나라로 생각하지만 '토번' 이라고 하면 중국의 역사에 기록된 어느 오랑캐 민족 정도로 떠올리는 수준이 아닌가.
저자는 유려한 문장과 충실한 내용으로 티베트에 대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게 기행문 형식으로 이 책을 서술했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서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 책이 된 것은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포이트가 곳곳에 제공되며, 감미로운 문장과 종종 튀어나오는 고시들이 향기로운, 그 모두를 통틀어 티베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본문 각 장별 요약]
I. 설역고원 가는 길
까마득한 예날, 해와 달과 별들의 고향인 설역고원은 망망대해였다. 파도거품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육지가 생기자 나무와 풀과 벌레들, 날것과 동물들이 생겨나 낙원을 이루고 살았다.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가 5개 달린 독룡(毒龍)이 나타나 헤집고 다니면서 낙원을 폐허로 만들자, 바다 쪽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나타나 다섯 여신으로 변하여 무한한 조화로서 용을 항복시키고는 다섯 개의 큰 산으로 변해다. 여기서 티베트인들이 '윤회론적 진화론'은 시작한다.
II. 태초의 땅, 얄룽 계곡
관음보살은 특이한 변종으로 태어난 한 원숭이를 유심히 살펴보시다가 그를 대륙으로 보내 중생을 이롭게 하기로 한다. 그 원수이는 계율을 잘 지키면서 오랫동안 명상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관음보살의 뜻에 따라 멀고 먼 설역고원의 아름다운 얄룽 계곡의 한 동굴로 가게 된다. 어느 날 인연이 성숙되어, 바위의 정령인 나찰녀(羅刹女)가 나타나 도를 닦고 있는 원수이를 보고 홀딱 반해 결합하기를 원하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자녀들이 바로 '뵈릭' 민족의 조상이 된다.
III 티베트 역사의 여명
부족연합 형태로 살고 있던 티베트 민족이 신령스런 왕의 강림을 기원하자, 하늘은 한 어린이를 내려 보낸다. 눈초리가 처지고 눈과 피부가 녹색을 띠고 있으며 손발에는 물갈퀴 같은 것이 달려 있는 괴상한 아이였다.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느냐?' 고 묻자 그 아이는 아무 말도 않고 손을들어 하늘만 가리키는 것이었다.설역 첫 임금인 네치짼뽀는 윰부라캉 궁전을 짓고 암드록 호수 용왕의 딸 랑무무와 결혼하며 42대 이르는 티베트 왕조사를 연다.
IV 투뵈 왕조의 만개
세월이 흐르고 기록에 남지 않은 긴긴 역사를 넘어서며, 티베트에는 송짼감뽀와 치송데짼 등 불멸의 걸출한 영웅들이 나타나 화려한 역사를 이끈다. 아시아 대륙을 평정하던 당나라와 대등하게 세력을 키우던 티베트는 당의 수도 장안을 점령하기도 했으며, 당에게 조공을 받기로 협약을 맺는 등 정치적 위용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중흥, 문자의 창제 등 문화적 발전을 이룩해 나간다. 그러나 종교의 정치적 개입, 왕의 피살 등 비정상적인 사건을 터지면서 대제국은 어이없이 무너져만 간다.
V 후홍기의 개막
2백년 간의 분열시대, 지하로 스며든 불교는 명성 높은 인도 승려 아띠샤의 입국으로 다시 한 번 중흥을 맞게 된다. 딴뜨라 수행과 번역경전으로 한층 차원을 높고 고승들이 출현하면서 독자적인 티베트 불교의 발전은 이루어졌고, 몇 갈래의 지파들이 생겨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종교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러던 중 몽고의 세력 증강으로 티베트는 또 한 번 위협을 받게 되고, 이를 현명하게 대처한 싸갸파는 오히려 백년 간의 통일을 이루어내는데...
VI 독수리가 선회하는 조장터
해동의 나그네는 그 참혹하고도 괴기스럽다는 조장을 본다는 희망으로 지궁틸곤빠에 도착한다. 죽음의 한가운데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한다는 지궁-까귀파'의 조상의 실천적 진리를 미리 꿈에서 계시받은 행동으 나그네는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날 유족의 허락을 받아 조장에 참례한다. 그러나 일행들은 조장의 장면을 끝까지 보지도 못한 채 구토를 해대며 빠져나온다.
VII 리빙 붓다의 본향, 풀푸 사원
티베트 불교의 특색이라면 활불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12세기 출푸 사원의 건립자인 두슘켄빠에게서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그가 예언한대로 몸만 바꿔 돌아온 그의 영혼을 찾아냄으로써 비롯되었다. 영어로 리빙붓다인 깔마파 린뽀체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 선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곤 한다. 티베트의 국권이 빼앗긴 이후 망명으로 신문이나 영화등의 매스컴 소재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VIII 신비의 뽀따라궁
티베트 역사의 피날레는 게룩파가 장식한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조캉, 라모체사원과 함께 만다라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뽀따라는 티베트의 법왕제를 상징한다. 즉, 14세기에 시작된 법왕제는 역시 살아있는 부처의 믿음에 의존하여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로서 14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티베트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망명으로 뽀따라 궁전 역시 주인을 잃고 만다.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티베트 역사서로 자리매김하는 책
'티베트 역사산책'은 체걔적이고 정확한 사실적 정보와 역사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 최고의 온전한 티베트 역사서로 자리매김한다. 지금까지 티베트의 불교사나 부분적인 역사를 다룬 외서들은 있었지만, 티베트의 역사를 비평적으로 다룬 본격 역사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인의 눈으로 티베트 역사를 접근한 독특한 관점의 책
'티베트 역사산책'은 우리 민족의 관심사도 놓치지 않아, 혜초 이전에 티베트를 경유하여 인도로 순례를 떠난 네 명의 신라 승려들의 행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혀 내기도 한다. 제천대성 손오공을 민족의 조상으로 생각하는 티베트의 순수함과, 이들을 상품화시켜 유행처럼 신비만을 좇는 상업성과는 처음부터 길이 다른 진지한 접근이 가슴을 달아오르게 한다.
소설가 이외수가 말하는 저자 다정 김규현
홍천군 서면 마곡리에 가면 '수리재'라는 혀판이 내걸린 초가집 한채를 만날 수 있다. 초가집에 현판이 내걸린 사실도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세인들의 골팍을 때리는 일이지만 초가집을 이층으로 지었다는 사실은 아예골팍을 갈아엎어 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은 다정거사라고 불리는 인물로 나하고는 이십년 전부터 만나기만 하며 세상집사 제쳐 두고 이박삼일을 한숨도 안자고 술을 즐기는 막역지우다. 당시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에덴 패션으로 술판을 벌이기 일쑤였고, 내 아내는 질색을 하면서도 두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술상을 내오곤 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농담 삼아 수리재라는 현판을 '술이 죄'라고 발음하는 풍조가 생겼다.
그는 수년 동안 부처님 장삼을 덮고 잠들어 본 적도 있고 수년 동안 홍천강(洪川江) 허리를 베고 잠들어 본 적도 있다. 한마디로 다정거사는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인물이다. 그는 왕터산 자락에서 단소를 불고 있으며 신선이 되고, 혼청강 자락에서 감자를 심고 있으며 농부가 되는 변실술을 가지고 있다.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해서 어떤 분야에서도 걸림이 없다.
특히 그는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성현을 사랑하고 서민을 사랑하능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수리재는 철마다 각양각색의 군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수리재에 가면 그가 그린 그림도 무궁무진이요 그가 찍은 사진도 무궁무진이요 그가 수집한 애장품도 무궁무진이다. 운이 좋으면 선녀 같은 여자들이 밤새도록 가야금을 타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고, 운이 나쁘면 이외수같은 시정잡배가 밤새도록 구라발을 풀어 놓은 소리도 들을 수가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정거사는 예측불허의 인물이다. 때로는 양자강 부근에서 불쑥 전화를 걸기도 하고 때로는 수미산 부근에서 불쑥 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수리재 다정거사! 그는 요즘 자기 집 초가지붕에 둥근 연모 하나를 파 놓고 티베트 마나사로바 호수에서 훔쳐온 황금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홍청강에서 피어 오른 안개가 모든 길을 지우면 그 황금 불고기가 하늘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데 그때는 세상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게된다. 그래여, 어찌 사람의 가슴인들 황금빛으로 물들지않으랴. 이쯤에서 내 구라발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코미디언 이주일 버전으로 답변해 드리고 싶다. '일단 한번 가 보시라니까요.'
차례
I 설역고원 가는 길
따시델레! 안녕, 테베트여!
바다 속이었던 히말리야
II 태초의 땅, 얄룽 계곡
역사의 고향으로 떠나다
유인원의 후예, 뵈릭 민족
윤회론적 진화론
III 티베트 역사의 여명
천손의 강림지, 윰부라강
아, 지굼이여! 지굼짼뽀여!
토착 조요 뵌뽀교의 성쇠
최초의 불교 전래설
얄룽 왕조의 비가
IV 투뵈 완조의 만개
여웅 송짼감뽀
돌사자의 피눈물
가자, 청해 초원으로
다시 돈황으로, 서역으로
불교의 중흥
투뵈 제국의 몰락
V 후홍기으 개막
이따샤의 입국
까귀파의 개화
싸갸파 정권의 수립
VI 독수리가 선회하는 조장터
지긍-까마귀파의 본사
괴기스런조장의 풍속
몽고군과 벌인 결전
VII 리빙 붓다의 본향, 출푸 사원
깔마파와 활불제도
린뽀체의 망명
VIII 신비의 뽀따라궁
달라이라마의 궁전
쫑카빠와 게룩파
달라이 라마와 법완제 통치
부록
역대 달라이 라마
송짼감뽀 연보의 재정리
티베트 역사 연표
돈황출토본 토번역사고문서
역사의 기록들
티베트 관련도서 목록
색인
지은이 다정 김규현(茶汀 金奎鉉)
이 책의 지은이는 화가이며 강원도 홍천에서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정이다. 티베트를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자는, 유행 타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문화저술가가 아니라 10년 넘게 티베트에만 매달려 온 진정한 티베트 연구가이다. 신비의 땅 티베트의 매력을 상품화시키려는 저급한 의도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다는 점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전문강원을 거쳐 북경의 중앙미술대학, 라싸의 티베트 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연구했다. 1993년 부터 양자강 황하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으로 종주하여 그 여행기를 테마로 한 책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을 낸 바 있다.
그는 홍천강변에 '수리재(水理齋)'라는 유명한 집을 지어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이 집과 집주인을 소재로 시를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고 '수리재'라는 거문고 산조를 작곡한 유명 자곡가도 있다. 그의 집은 가끔 춘천이나 강촌 지역의 관광코스에 포함되기도 하는 특이한 개인주택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다정거사(茶汀居士)'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집주인은 현재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정진하고 있으며 지소적인 작품활동과 티베트에 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결 같은 찬사와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티베트 역사산책'은 티베트의 정신과 역사와 인간과 자연을 가장 상세하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종이거울'이다. 토굴에 들어앉아 묵언참선(默言參禪) 십 년을 하느니 이 책을 구해서 열 시간만 탐독해보라!
-이외수(소설가) 추천사 중에서 -
'티베트 역사산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잔가지와 무성한 잎을 젖히고 '티베트 정신사'라는 거대한 거목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정신세계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이번 저작은 다른 티베트 관련 담론들을 앞지르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 임성조 -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비로소 접하게 되는 티베트 과거사의 놀라운 파노라마, 그것은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 모을 만하다. 뵈릭민족의 아득한 신화, 토착신아인 뵌뽀교와의 오랜 갈등 끝에 겨우 정착되는 티베트 불교, 천년에 걸친 토번(吐蕃) 왕조의 웅대함, 영웅호걸들의 눈부신 활약, 뛰어난 황제와 정치가, 종교가들...... 독자는 거기서 살아 있는 역사의 고동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박희진(시인) -
신화를 보는 재미와 역사를 듣는 교양이 함께 하는 책
'신비의 땅 티베트'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은 우리가 티베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몇 편의 영화가 개봉되고 수십 권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지만 우리에게 티베트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 준 책은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머나먼 서구나 가까운 중국의 역사는 제법 꿰고 있어도, 같은 아시아 대륙에서 뿌리박고 살아 온 투뵈(吐蕃) 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어도 알 수가 없었다. '티베트'라고 하면 신비의 나라로 생각하지만 '토번' 이라고 하면 중국의 역사에 기록된 어느 오랑캐 민족 정도로 떠올리는 수준이 아닌가.
저자는 유려한 문장과 충실한 내용으로 티베트에 대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게 기행문 형식으로 이 책을 서술했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서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 책이 된 것은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포이트가 곳곳에 제공되며, 감미로운 문장과 종종 튀어나오는 고시들이 향기로운, 그 모두를 통틀어 티베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본문 각 장별 요약]
I. 설역고원 가는 길
까마득한 예날, 해와 달과 별들의 고향인 설역고원은 망망대해였다. 파도거품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육지가 생기자 나무와 풀과 벌레들, 날것과 동물들이 생겨나 낙원을 이루고 살았다.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가 5개 달린 독룡(毒龍)이 나타나 헤집고 다니면서 낙원을 폐허로 만들자, 바다 쪽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나타나 다섯 여신으로 변하여 무한한 조화로서 용을 항복시키고는 다섯 개의 큰 산으로 변해다. 여기서 티베트인들이 '윤회론적 진화론'은 시작한다.
II. 태초의 땅, 얄룽 계곡
관음보살은 특이한 변종으로 태어난 한 원숭이를 유심히 살펴보시다가 그를 대륙으로 보내 중생을 이롭게 하기로 한다. 그 원수이는 계율을 잘 지키면서 오랫동안 명상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관음보살의 뜻에 따라 멀고 먼 설역고원의 아름다운 얄룽 계곡의 한 동굴로 가게 된다. 어느 날 인연이 성숙되어, 바위의 정령인 나찰녀(羅刹女)가 나타나 도를 닦고 있는 원수이를 보고 홀딱 반해 결합하기를 원하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자녀들이 바로 '뵈릭' 민족의 조상이 된다.
III 티베트 역사의 여명
부족연합 형태로 살고 있던 티베트 민족이 신령스런 왕의 강림을 기원하자, 하늘은 한 어린이를 내려 보낸다. 눈초리가 처지고 눈과 피부가 녹색을 띠고 있으며 손발에는 물갈퀴 같은 것이 달려 있는 괴상한 아이였다.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느냐?' 고 묻자 그 아이는 아무 말도 않고 손을들어 하늘만 가리키는 것이었다.설역 첫 임금인 네치짼뽀는 윰부라캉 궁전을 짓고 암드록 호수 용왕의 딸 랑무무와 결혼하며 42대 이르는 티베트 왕조사를 연다.
IV 투뵈 왕조의 만개
세월이 흐르고 기록에 남지 않은 긴긴 역사를 넘어서며, 티베트에는 송짼감뽀와 치송데짼 등 불멸의 걸출한 영웅들이 나타나 화려한 역사를 이끈다. 아시아 대륙을 평정하던 당나라와 대등하게 세력을 키우던 티베트는 당의 수도 장안을 점령하기도 했으며, 당에게 조공을 받기로 협약을 맺는 등 정치적 위용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중흥, 문자의 창제 등 문화적 발전을 이룩해 나간다. 그러나 종교의 정치적 개입, 왕의 피살 등 비정상적인 사건을 터지면서 대제국은 어이없이 무너져만 간다.
V 후홍기의 개막
2백년 간의 분열시대, 지하로 스며든 불교는 명성 높은 인도 승려 아띠샤의 입국으로 다시 한 번 중흥을 맞게 된다. 딴뜨라 수행과 번역경전으로 한층 차원을 높고 고승들이 출현하면서 독자적인 티베트 불교의 발전은 이루어졌고, 몇 갈래의 지파들이 생겨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종교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러던 중 몽고의 세력 증강으로 티베트는 또 한 번 위협을 받게 되고, 이를 현명하게 대처한 싸갸파는 오히려 백년 간의 통일을 이루어내는데...
VI 독수리가 선회하는 조장터
해동의 나그네는 그 참혹하고도 괴기스럽다는 조장을 본다는 희망으로 지궁틸곤빠에 도착한다. 죽음의 한가운데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한다는 지궁-까귀파'의 조상의 실천적 진리를 미리 꿈에서 계시받은 행동으 나그네는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날 유족의 허락을 받아 조장에 참례한다. 그러나 일행들은 조장의 장면을 끝까지 보지도 못한 채 구토를 해대며 빠져나온다.
VII 리빙 붓다의 본향, 풀푸 사원
티베트 불교의 특색이라면 활불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12세기 출푸 사원의 건립자인 두슘켄빠에게서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그가 예언한대로 몸만 바꿔 돌아온 그의 영혼을 찾아냄으로써 비롯되었다. 영어로 리빙붓다인 깔마파 린뽀체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 선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곤 한다. 티베트의 국권이 빼앗긴 이후 망명으로 신문이나 영화등의 매스컴 소재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VIII 신비의 뽀따라궁
티베트 역사의 피날레는 게룩파가 장식한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조캉, 라모체사원과 함께 만다라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뽀따라는 티베트의 법왕제를 상징한다. 즉, 14세기에 시작된 법왕제는 역시 살아있는 부처의 믿음에 의존하여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로서 14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티베트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망명으로 뽀따라 궁전 역시 주인을 잃고 만다.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티베트 역사서로 자리매김하는 책
'티베트 역사산책'은 체걔적이고 정확한 사실적 정보와 역사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 최고의 온전한 티베트 역사서로 자리매김한다. 지금까지 티베트의 불교사나 부분적인 역사를 다룬 외서들은 있었지만, 티베트의 역사를 비평적으로 다룬 본격 역사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인의 눈으로 티베트 역사를 접근한 독특한 관점의 책
'티베트 역사산책'은 우리 민족의 관심사도 놓치지 않아, 혜초 이전에 티베트를 경유하여 인도로 순례를 떠난 네 명의 신라 승려들의 행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혀 내기도 한다. 제천대성 손오공을 민족의 조상으로 생각하는 티베트의 순수함과, 이들을 상품화시켜 유행처럼 신비만을 좇는 상업성과는 처음부터 길이 다른 진지한 접근이 가슴을 달아오르게 한다.
소설가 이외수가 말하는 저자 다정 김규현
홍천군 서면 마곡리에 가면 '수리재'라는 혀판이 내걸린 초가집 한채를 만날 수 있다. 초가집에 현판이 내걸린 사실도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세인들의 골팍을 때리는 일이지만 초가집을 이층으로 지었다는 사실은 아예골팍을 갈아엎어 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은 다정거사라고 불리는 인물로 나하고는 이십년 전부터 만나기만 하며 세상집사 제쳐 두고 이박삼일을 한숨도 안자고 술을 즐기는 막역지우다. 당시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에덴 패션으로 술판을 벌이기 일쑤였고, 내 아내는 질색을 하면서도 두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술상을 내오곤 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농담 삼아 수리재라는 현판을 '술이 죄'라고 발음하는 풍조가 생겼다.
그는 수년 동안 부처님 장삼을 덮고 잠들어 본 적도 있고 수년 동안 홍천강(洪川江) 허리를 베고 잠들어 본 적도 있다. 한마디로 다정거사는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인물이다. 그는 왕터산 자락에서 단소를 불고 있으며 신선이 되고, 혼청강 자락에서 감자를 심고 있으며 농부가 되는 변실술을 가지고 있다.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해서 어떤 분야에서도 걸림이 없다.
특히 그는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성현을 사랑하고 서민을 사랑하능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수리재는 철마다 각양각색의 군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수리재에 가면 그가 그린 그림도 무궁무진이요 그가 찍은 사진도 무궁무진이요 그가 수집한 애장품도 무궁무진이다. 운이 좋으면 선녀 같은 여자들이 밤새도록 가야금을 타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고, 운이 나쁘면 이외수같은 시정잡배가 밤새도록 구라발을 풀어 놓은 소리도 들을 수가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정거사는 예측불허의 인물이다. 때로는 양자강 부근에서 불쑥 전화를 걸기도 하고 때로는 수미산 부근에서 불쑥 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수리재 다정거사! 그는 요즘 자기 집 초가지붕에 둥근 연모 하나를 파 놓고 티베트 마나사로바 호수에서 훔쳐온 황금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홍청강에서 피어 오른 안개가 모든 길을 지우면 그 황금 불고기가 하늘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데 그때는 세상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게된다. 그래여, 어찌 사람의 가슴인들 황금빛으로 물들지않으랴. 이쯤에서 내 구라발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코미디언 이주일 버전으로 답변해 드리고 싶다. '일단 한번 가 보시라니까요.'
차례
I 설역고원 가는 길
따시델레! 안녕, 테베트여!
바다 속이었던 히말리야
II 태초의 땅, 얄룽 계곡
역사의 고향으로 떠나다
유인원의 후예, 뵈릭 민족
윤회론적 진화론
III 티베트 역사의 여명
천손의 강림지, 윰부라강
아, 지굼이여! 지굼짼뽀여!
토착 조요 뵌뽀교의 성쇠
최초의 불교 전래설
얄룽 왕조의 비가
IV 투뵈 완조의 만개
여웅 송짼감뽀
돌사자의 피눈물
가자, 청해 초원으로
다시 돈황으로, 서역으로
불교의 중흥
투뵈 제국의 몰락
V 후홍기으 개막
이따샤의 입국
까귀파의 개화
싸갸파 정권의 수립
VI 독수리가 선회하는 조장터
지긍-까마귀파의 본사
괴기스런조장의 풍속
몽고군과 벌인 결전
VII 리빙 붓다의 본향, 출푸 사원
깔마파와 활불제도
린뽀체의 망명
VIII 신비의 뽀따라궁
달라이라마의 궁전
쫑카빠와 게룩파
달라이 라마와 법완제 통치
부록
역대 달라이 라마
송짼감뽀 연보의 재정리
티베트 역사 연표
돈황출토본 토번역사고문서
역사의 기록들
티베트 관련도서 목록
색인
지은이 다정 김규현(茶汀 金奎鉉)
이 책의 지은이는 화가이며 강원도 홍천에서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정이다. 티베트를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자는, 유행 타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문화저술가가 아니라 10년 넘게 티베트에만 매달려 온 진정한 티베트 연구가이다. 신비의 땅 티베트의 매력을 상품화시키려는 저급한 의도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다는 점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전문강원을 거쳐 북경의 중앙미술대학, 라싸의 티베트 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연구했다. 1993년 부터 양자강 황하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으로 종주하여 그 여행기를 테마로 한 책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을 낸 바 있다.
그는 홍천강변에 '수리재(水理齋)'라는 유명한 집을 지어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이 집과 집주인을 소재로 시를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고 '수리재'라는 거문고 산조를 작곡한 유명 자곡가도 있다. 그의 집은 가끔 춘천이나 강촌 지역의 관광코스에 포함되기도 하는 특이한 개인주택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다정거사(茶汀居士)'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집주인은 현재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정진하고 있으며 지소적인 작품활동과 티베트에 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