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티베트학’의 초석을 놓은 다정 김규현의 10여 년 집념의 결실!
그가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티베트 역사산책』에 이어, 오랜 심호흡 끝에 ‘우리 안의 티베트’를 화두삼아 그들 문화를 탐색하는 긴 물음의 여정에 오른다. 티베트의 문화현장을 담은 90여 장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그들 문화가 우리 앞에 오롯이 살아 숨쉰다.
티베트와 한반도는 거리로는 수만 리 떨어져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도 각기 이질적인 문화권에 속해 있다. 그동안 두 곳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사실상 없었다고 단정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그간 우리 ‘티베트학’의 현주소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다뿐이지,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미숫가루·육포·순대 등의 음식에서, 오색 색동문양 등의 의복에서, 민속악기나 범패(梵唄)에서, ‘선녀와 나무꾼’ ‘흥부 놀부’ ‘별주부전’ 등과 같은 민간설화에서 그렇고, 또한 “옴 마니 벤메 훔” 같은 진언(眞言)이나 ‘탑돌이’ 의식 같은 불교의식에서, 그리고 탱화의 어원이 되는 ‘탕카’ 같은 것 등에서 확인되듯이 문화 전반에 걸쳐 수만 리 떨어진 티베트와의 연결고리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샤머니즘에서의 유사성은 놀랄 만한 정도이다. 두 나라가 ‘무(巫)’라는 단어의 음과 뜻을 같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굿’의 전개과정과 의복이나 용어 그리고 우리가 서낭당에서 사용하는 왼쪽으로 꼬아 만든 새끼줄에 거는 오색 깃발 등등에서 닮은 정도를 넘어 거의 유사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천 년 동안, 수만 리 떨어져 있던 두 지역에 어떤 문화적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대개 ‘자생적이다’와 ‘영향을 주고받았다’로 나누어진다. 서로 다른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이룬 문화라도 그 열매는 우연하게 같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문화현상의 전이성이란 특성대로 두 지역은 어떤 경로를 통해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만약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 일단은 ‘가설(假設)’을 제기하고 가능한 방면의 근거자료를 동원하여 설득력을 넓혀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 한반도와 티베트가 과거에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가설을 제기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문화 전반을 아울러 소개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힘으로는 벅찬 일이다. 그래도 누군가 일단 어떤 물음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 다정 선생은, 몇 번의 심호흡 끝에, 긴 문화탐색의 여정에 들어갔다. 이 글은 티베트를 향한 그의 도저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태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문화산책의 길, 어떠한 길이 있는지, 그 길로 가는 입구를 소개하겠다.
Ⅰ 연극축제
가혹한 기후조건과 척박한 토양에서 살면서도 선천적으로 놀이를 좋아하는 이 민족의 특성상 춤과 노래, 연기 그리고 가면극이 하나로 합쳐진 연극이란 장르는 일찍부터 자생적으로 발생해 점차로 발전되어왔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기록상으로도 7세기, 투뵈 제국 제38대 임금 치송데 시기에 건립된 쌈애 대사원의 준공 경축행사 때 춤과 굿, 가면무 등이 공연되었을 정도로 티베트 연극의 연원은 아주 오래되었다. 이런 사실은 사서들의 기록이나 벽화로 남아 있어서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티베트 민중의 가슴속에 얼마나 생생히 살아 있느냐는 것이다. 연극은 그들의 놀이문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이어서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문화보다도 비중이 훨씬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는, 우선 설역고원 최대의 페스티벌 ‘쇼뙨’, 일명 요구르트축제를 소개하고, 이어 ‘연극의 신’으로 불리는 승려 탕돈걀뽀의 생애를 살펴본다. 그를 빼고는 티베트 연극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설역 연극사에서 그가 차지한 위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뚝하다. 그리고 티베트연극 ‘아체라모’의 정형성에 대해 알아본 후 본격적으로 아체라모 여덟 마당을 펼쳐 보인다.
첫째 마당 - 선녀와 롭쌍 왕자의 사랑 / 둘째 마당 - 쪼와쌍모 선녀와 남매 / 셋째 마당 - 찬란한 빛 속의 남싸 처녀
넷째 마당 - 여승 수지니마의 일생 / 다섯째 마당 - 빼마원빠 소년의 모험 / 여섯째 마당 - 돈둡과 돈위 형제의 우애
일곱째 마당 - 치미갱등 태자의 보시행 / 여덟째 마당 - 원청 공주의 출가
Ⅱ 회화와 조소
티베트의 회화예술은 불교가 전래되면서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물론 불교의 발생지 인도가 문화적으로 선진대국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웃이란 지형적인 여건도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인도의 직접적인 영향 이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이웃 네팔과 라다크, 카시미르 그리고 중국 등의 주변국가들이 모두 불교권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티베트의 ‘소와릭빠’, 즉 예술 장르 중에서 회화, 조소, 공예 부문은 더욱 불교적 특성이 두드러졌는데, 조소는 불상을 만드는 수단으로, 공예는 불전에 바치는 다양한 공양물의 제작이나 사원의 장엄용으로, 회화는 불·보살이나 법당을 장식하기 위한 벽화나 탕카용으로 각기 발달했다. 특히 티베트 민족이 유목민족인 관계로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고정된 벽화가 아닌 ‘두루마리’형태로 만드는 ‘탕카’는 가장 보편화된 그림형태로 발전해 티베트만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예술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발달한 티베트의 불교적 예술은 역사적으로 여러 유파로 각기 분파되며 티베트 불교가 원(元)나라의 국교가 되면서 한때는 고려를 비롯한 전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부에서는 티베트 예술의 장르(탕카 / 벽화 / 조소 / 목판화)를 살펴보고, 티베트 회화의 역사와 밀교예술에 대해 서술한다.
Ⅲ 춤과 노래와 음악
뵈 민족의 민속적인 춤, 노래, 음악은 색깔이 선명하다. 문화 대국인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티베트의 음악이 고유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설역고원의 가무와 음악은 그 개성이 독특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폐쇄적이었던 불교정권 때문에, 또는 고립적 자연환경 때문에 외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는 뵈 민족의 풍류 기질이 독자적인 예술형태를 이룩한 기본적인 토양이었을 것이다.
3부에서는 설역고원의 노래와 춤, 그리고 현대의 티베트음악까지를 살펴본다.
Ⅳ 고대문학과 설화
티베트 문학은 유구한 역사, 방대한 작품, 완숙한 창작기법, 선명하고 독특한 예술적 격조 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서사시 <게싸르 대왕 전기>를 비롯하여, 연극 각본으로 유명해진 <롭쌍 왕자> 같은 작품들은 세계 문학사에 우뚝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문학작품이 대설산 너머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티베트 고원의 찬란한 하늘 위에서 영롱한 빛을 내며 그곳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4부에서는 신비로움이 우뚝한 티베트의 중세불교 문학과 중단편 설화문학, 그리고 티베트 문화의 중요한 백과사전이며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대서사시「게싸르 대왕 전기」를 소개한다.
차례
머리말 | 오랜 심호흡 끝에 던지는 물음, '티베트 문화'
1. 연극축제
설역고원 최대의 페스티벌 '쇼뙨'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된 탕돈걀뽀의 생애
티베트 연극 '아체라모'
아체라모 여덟마당
2. 회화의 조소
독특하고 유일한 티베트 예술
지베트 예술 장르
티베트 회화의 역사
밀교예술의 만개
3. 춤과 노래와 음악
쉼표가 없는 티베트 음악
설역고원의 노래와 춤
현대의 티베트 음악
4. 고대문학과 설화
신비로움이 우뚝한 티베트 문학
중생에게 내린 법문, 중세 불교문학
중,단편 설화문학
영웅 서사시 '게싸르 대왕전기'
지은이 다정 김규현(茶汀 金奎鉉)
이 책의 지은이는 화가이며 강원도 홍천에서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정이다. 티베트 고원지대를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자는, 유행 타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문화저술가가 아니라 10년 넘게 티베트에만 매달려온 진정한 티베트 연구가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전문강원을 거쳐 북경의 중앙미술대학, 라싸의 티베트 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연구했다. 1993년부터 양자강 황하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으로 종주하여 그 여행기를 신문·잡지에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으며, 2000년에는 수미산을 테마로 한 책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2003년에는 티베트 역사를 비평적 시각으로 다룬 『티베트 역사산책』을 낸 바 있으며, 현재 『혜초 왕오천축국전 별곡』이 근간 예정이다. 그는 홍천강변에 ‘수리재(水里齋)’라는 유명한 집을 지어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이 집과 집주인을 소재로 시를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고 거문고 산조를 작곡한 유명 작곡가도 있다. 게다가 가끔은 춘천이나 강촌 지역의 관광 코스에 포함되기도 하는 특이한 개인주택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다정거사(茶汀居士)’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집주인은 현재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정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작품활동과 티베트에 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티베트학’의 초석을 놓은 다정 김규현의 10여 년 집념의 결실!
그가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티베트 역사산책』에 이어, 오랜 심호흡 끝에 ‘우리 안의 티베트’를 화두삼아 그들 문화를 탐색하는 긴 물음의 여정에 오른다. 티베트의 문화현장을 담은 90여 장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그들 문화가 우리 앞에 오롯이 살아 숨쉰다.
티베트와 한반도는 거리로는 수만 리 떨어져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도 각기 이질적인 문화권에 속해 있다. 그동안 두 곳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사실상 없었다고 단정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그간 우리 ‘티베트학’의 현주소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다뿐이지,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미숫가루·육포·순대 등의 음식에서, 오색 색동문양 등의 의복에서, 민속악기나 범패(梵唄)에서, ‘선녀와 나무꾼’ ‘흥부 놀부’ ‘별주부전’ 등과 같은 민간설화에서 그렇고, 또한 “옴 마니 벤메 훔” 같은 진언(眞言)이나 ‘탑돌이’ 의식 같은 불교의식에서, 그리고 탱화의 어원이 되는 ‘탕카’ 같은 것 등에서 확인되듯이 문화 전반에 걸쳐 수만 리 떨어진 티베트와의 연결고리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샤머니즘에서의 유사성은 놀랄 만한 정도이다. 두 나라가 ‘무(巫)’라는 단어의 음과 뜻을 같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굿’의 전개과정과 의복이나 용어 그리고 우리가 서낭당에서 사용하는 왼쪽으로 꼬아 만든 새끼줄에 거는 오색 깃발 등등에서 닮은 정도를 넘어 거의 유사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천 년 동안, 수만 리 떨어져 있던 두 지역에 어떤 문화적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대개 ‘자생적이다’와 ‘영향을 주고받았다’로 나누어진다. 서로 다른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이룬 문화라도 그 열매는 우연하게 같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문화현상의 전이성이란 특성대로 두 지역은 어떤 경로를 통해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만약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 일단은 ‘가설(假設)’을 제기하고 가능한 방면의 근거자료를 동원하여 설득력을 넓혀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 한반도와 티베트가 과거에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가설을 제기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문화 전반을 아울러 소개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힘으로는 벅찬 일이다. 그래도 누군가 일단 어떤 물음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 다정 선생은, 몇 번의 심호흡 끝에, 긴 문화탐색의 여정에 들어갔다. 이 글은 티베트를 향한 그의 도저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태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문화산책의 길, 어떠한 길이 있는지, 그 길로 가는 입구를 소개하겠다.
Ⅰ 연극축제
가혹한 기후조건과 척박한 토양에서 살면서도 선천적으로 놀이를 좋아하는 이 민족의 특성상 춤과 노래, 연기 그리고 가면극이 하나로 합쳐진 연극이란 장르는 일찍부터 자생적으로 발생해 점차로 발전되어왔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기록상으로도 7세기, 투뵈 제국 제38대 임금 치송데 시기에 건립된 쌈애 대사원의 준공 경축행사 때 춤과 굿, 가면무 등이 공연되었을 정도로 티베트 연극의 연원은 아주 오래되었다. 이런 사실은 사서들의 기록이나 벽화로 남아 있어서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티베트 민중의 가슴속에 얼마나 생생히 살아 있느냐는 것이다. 연극은 그들의 놀이문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이어서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문화보다도 비중이 훨씬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는, 우선 설역고원 최대의 페스티벌 ‘쇼뙨’, 일명 요구르트축제를 소개하고, 이어 ‘연극의 신’으로 불리는 승려 탕돈걀뽀의 생애를 살펴본다. 그를 빼고는 티베트 연극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설역 연극사에서 그가 차지한 위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뚝하다. 그리고 티베트연극 ‘아체라모’의 정형성에 대해 알아본 후 본격적으로 아체라모 여덟 마당을 펼쳐 보인다.
첫째 마당 - 선녀와 롭쌍 왕자의 사랑 / 둘째 마당 - 쪼와쌍모 선녀와 남매 / 셋째 마당 - 찬란한 빛 속의 남싸 처녀
넷째 마당 - 여승 수지니마의 일생 / 다섯째 마당 - 빼마원빠 소년의 모험 / 여섯째 마당 - 돈둡과 돈위 형제의 우애
일곱째 마당 - 치미갱등 태자의 보시행 / 여덟째 마당 - 원청 공주의 출가
Ⅱ 회화와 조소
티베트의 회화예술은 불교가 전래되면서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물론 불교의 발생지 인도가 문화적으로 선진대국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웃이란 지형적인 여건도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인도의 직접적인 영향 이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이웃 네팔과 라다크, 카시미르 그리고 중국 등의 주변국가들이 모두 불교권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티베트의 ‘소와릭빠’, 즉 예술 장르 중에서 회화, 조소, 공예 부문은 더욱 불교적 특성이 두드러졌는데, 조소는 불상을 만드는 수단으로, 공예는 불전에 바치는 다양한 공양물의 제작이나 사원의 장엄용으로, 회화는 불·보살이나 법당을 장식하기 위한 벽화나 탕카용으로 각기 발달했다. 특히 티베트 민족이 유목민족인 관계로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고정된 벽화가 아닌 ‘두루마리’형태로 만드는 ‘탕카’는 가장 보편화된 그림형태로 발전해 티베트만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예술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발달한 티베트의 불교적 예술은 역사적으로 여러 유파로 각기 분파되며 티베트 불교가 원(元)나라의 국교가 되면서 한때는 고려를 비롯한 전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부에서는 티베트 예술의 장르(탕카 / 벽화 / 조소 / 목판화)를 살펴보고, 티베트 회화의 역사와 밀교예술에 대해 서술한다.
Ⅲ 춤과 노래와 음악
뵈 민족의 민속적인 춤, 노래, 음악은 색깔이 선명하다. 문화 대국인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티베트의 음악이 고유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설역고원의 가무와 음악은 그 개성이 독특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폐쇄적이었던 불교정권 때문에, 또는 고립적 자연환경 때문에 외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는 뵈 민족의 풍류 기질이 독자적인 예술형태를 이룩한 기본적인 토양이었을 것이다.
3부에서는 설역고원의 노래와 춤, 그리고 현대의 티베트음악까지를 살펴본다.
Ⅳ 고대문학과 설화
티베트 문학은 유구한 역사, 방대한 작품, 완숙한 창작기법, 선명하고 독특한 예술적 격조 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서사시 <게싸르 대왕 전기>를 비롯하여, 연극 각본으로 유명해진 <롭쌍 왕자> 같은 작품들은 세계 문학사에 우뚝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문학작품이 대설산 너머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티베트 고원의 찬란한 하늘 위에서 영롱한 빛을 내며 그곳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4부에서는 신비로움이 우뚝한 티베트의 중세불교 문학과 중단편 설화문학, 그리고 티베트 문화의 중요한 백과사전이며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대서사시「게싸르 대왕 전기」를 소개한다.
차례
머리말 | 오랜 심호흡 끝에 던지는 물음, '티베트 문화'
1. 연극축제
설역고원 최대의 페스티벌 '쇼뙨'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된 탕돈걀뽀의 생애
티베트 연극 '아체라모'
아체라모 여덟마당
2. 회화의 조소
독특하고 유일한 티베트 예술
지베트 예술 장르
티베트 회화의 역사
밀교예술의 만개
3. 춤과 노래와 음악
쉼표가 없는 티베트 음악
설역고원의 노래와 춤
현대의 티베트 음악
4. 고대문학과 설화
신비로움이 우뚝한 티베트 문학
중생에게 내린 법문, 중세 불교문학
중,단편 설화문학
영웅 서사시 '게싸르 대왕전기'
지은이 다정 김규현(茶汀 金奎鉉)
이 책의 지은이는 화가이며 강원도 홍천에서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정이다. 티베트 고원지대를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자는, 유행 타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문화저술가가 아니라 10년 넘게 티베트에만 매달려온 진정한 티베트 연구가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전문강원을 거쳐 북경의 중앙미술대학, 라싸의 티베트 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연구했다. 1993년부터 양자강 황하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으로 종주하여 그 여행기를 신문·잡지에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으며, 2000년에는 수미산을 테마로 한 책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2003년에는 티베트 역사를 비평적 시각으로 다룬 『티베트 역사산책』을 낸 바 있으며, 현재 『혜초 왕오천축국전 별곡』이 근간 예정이다. 그는 홍천강변에 ‘수리재(水里齋)’라는 유명한 집을 지어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이 집과 집주인을 소재로 시를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고 거문고 산조를 작곡한 유명 작곡가도 있다. 게다가 가끔은 춘천이나 강촌 지역의 관광 코스에 포함되기도 하는 특이한 개인주택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다정거사(茶汀居士)’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집주인은 현재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정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작품활동과 티베트에 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