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굵직한 이름을 남긴 영성가들 가운데 구르지예프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가장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진정 깨어 있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함을 매섭게 지적한 사상가였고, 숨겨진 고대의 지혜를 찾아 전 세계의 오지를 누빈 탐험가였으며, 혼란한 정세의 한복판을 특출난 기지와 적응력으로 살아간 처세의 달인이었다. 그는 제자들의 ‘지독한 잠’을 깨우기 위해 괴팍하고 위악적인 짓을 서슴지 않았지만, 아무리 많은 추종자가 모여들어도 자신을 교조화하거나 신비화하는 일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이 책은 1866년 유럽과 아시아, 중동 문화가 교차하는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나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영성가로 활약한 구르지예프의 생애와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본업이 SF 작가인 존 셜리가 이 기이한 인물의 탐구에 뛰어들게 된 까닭은,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르지예프의 냉철한 지적을 되살려내지 않고서는 현대인이 마주한 심각한 위기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구르지예프는 대부분의 인간이 지독한 잠에 빠져 ‘자동 반응 기계’처럼 살아간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되지 않은 모든 개인적, 사회적 노력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기계에게 화를 낼 수는 없듯이,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진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존재 상태에 있지 않다. 이 기계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류가 제아무리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기계적인 행위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왜 이런 존재가 되었을까?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 구르지예프는 맹렬한 탐구심으로 그 실마리를 찾아 전 세계를 유랑했고, 거침없는 실천력으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외교관으로, 상인으로, 일꾼으로, 수행자로 신분을 위장해가며, 심지어 세 번의 총상까지 입어가며 끝내 중요한 퍼즐 조각들을 찾아 돌아왔다. 에니어그램을 포함한 그의 다층적 우주론과 인간론이 그만의 독특한 사상인 동시에 고대로부터 전해진 비밀전승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통합한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성과 지성,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을 한몸에 지녔던 구르지예프의 후반생은 오직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잠에서 깨워낸다’는 목표에 바쳐졌다. 그는 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돌발 행동으로 당황하게 하고, 육체적 한계로 몰아붙이고, 난해한 책을 지었다. 그리하여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숱한 오해와 왜곡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고 부채질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한 우화로 완성해갔다. 죽음을 앞둔 순간,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날 때까지, 전 세계여!”라는 말을 남길 때까지.
“자네가 보는 모든 사람, 자네가 아는 모든 사람,
자네가 앞으로 알게 될 모든 사람은 기계라네.
외부 영향력에 사로잡혀 인형처럼 움직이는 진짜 기계란 말일세.
바로 이 순간에도 몇백만 명의 기계들이 서로를 절멸시키려 싸우고 있잖나.”
차례
머리말
제1장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있고 싶어하는 곳
제2장 놀라운 사람을 만나다
제3장 탐색을 시작하다
제4장 기적적인 것을 찾아서
제5장 세 개의 신기루: 진보, 진화, 통합
제6장 핀란드와 기적적인 것: 캅카스 산맥과 혁명의 정신병
제7장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비엘제붑: 구르지예프 너머로
제8장 “나, 구르지예프는, 안 죽노라!”
부록 1 더 높은 옥타브로: 추천 도서 목록
부록 2 우리는 정말로 ‘달의 양식’일까?
부록 3 옥타브와 창조의 빛살 그리고 이론물리학
옮긴이의 말 구르지예프의 시간
지은이 존 셜리(John Shirley)
미국의 과학소설(SF) 작가이자 시인, 평론가, 각본가, 펑크 로커이다. 1980년 장편 《도시가 걸어온다》(City Come A-Walkin’)를 발표하며 사이버펑크 운동의 중심인물로 떠올랐고, 1999년에는 단편집 《검은 나비들》(Black Butterflies)로 브램 스토커 상을 받았다. 《크로우(The Crow)》를 비롯한 영화, 드라마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분야를 넘나들며 평생 80권이 넘는 책을 써왔지만, 억누를 수 없는 탐구심으로써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논픽션으로 담아낸 책은 구르지예프 평전이 유일하다.
옮긴이 김상훈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필명은 강수백이다. ‘그리폰북스’ ‘경계소설 선집’ ‘SF총서’ ‘필립 K. 딕 걸작선’ ‘미래의 문학’ ‘조지 R. R. 마틴 걸작선’을 기획하고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 《쿼런틴》, 필립 K.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유빅》,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헤밍웨이 위조사건》,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이언 뱅크스의 《말벌 공장》,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콜린 윌슨의 《정신기생체》,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등이 있다.
역사상 굵직한 이름을 남긴 영성가들 가운데 구르지예프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가장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진정 깨어 있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함을 매섭게 지적한 사상가였고, 숨겨진 고대의 지혜를 찾아 전 세계의 오지를 누빈 탐험가였으며, 혼란한 정세의 한복판을 특출난 기지와 적응력으로 살아간 처세의 달인이었다. 그는 제자들의 ‘지독한 잠’을 깨우기 위해 괴팍하고 위악적인 짓을 서슴지 않았지만, 아무리 많은 추종자가 모여들어도 자신을 교조화하거나 신비화하는 일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이 책은 1866년 유럽과 아시아, 중동 문화가 교차하는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나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영성가로 활약한 구르지예프의 생애와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본업이 SF 작가인 존 셜리가 이 기이한 인물의 탐구에 뛰어들게 된 까닭은,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르지예프의 냉철한 지적을 되살려내지 않고서는 현대인이 마주한 심각한 위기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구르지예프는 대부분의 인간이 지독한 잠에 빠져 ‘자동 반응 기계’처럼 살아간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되지 않은 모든 개인적, 사회적 노력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기계에게 화를 낼 수는 없듯이,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진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존재 상태에 있지 않다. 이 기계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류가 제아무리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기계적인 행위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왜 이런 존재가 되었을까?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 구르지예프는 맹렬한 탐구심으로 그 실마리를 찾아 전 세계를 유랑했고, 거침없는 실천력으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외교관으로, 상인으로, 일꾼으로, 수행자로 신분을 위장해가며, 심지어 세 번의 총상까지 입어가며 끝내 중요한 퍼즐 조각들을 찾아 돌아왔다. 에니어그램을 포함한 그의 다층적 우주론과 인간론이 그만의 독특한 사상인 동시에 고대로부터 전해진 비밀전승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통합한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성과 지성,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을 한몸에 지녔던 구르지예프의 후반생은 오직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잠에서 깨워낸다’는 목표에 바쳐졌다. 그는 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돌발 행동으로 당황하게 하고, 육체적 한계로 몰아붙이고, 난해한 책을 지었다. 그리하여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숱한 오해와 왜곡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고 부채질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한 우화로 완성해갔다. 죽음을 앞둔 순간,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날 때까지, 전 세계여!”라는 말을 남길 때까지.
“자네가 보는 모든 사람, 자네가 아는 모든 사람,
자네가 앞으로 알게 될 모든 사람은 기계라네.
외부 영향력에 사로잡혀 인형처럼 움직이는 진짜 기계란 말일세.
바로 이 순간에도 몇백만 명의 기계들이 서로를 절멸시키려 싸우고 있잖나.”
차례
머리말
제1장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있고 싶어하는 곳
제2장 놀라운 사람을 만나다
제3장 탐색을 시작하다
제4장 기적적인 것을 찾아서
제5장 세 개의 신기루: 진보, 진화, 통합
제6장 핀란드와 기적적인 것: 캅카스 산맥과 혁명의 정신병
제7장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비엘제붑: 구르지예프 너머로
제8장 “나, 구르지예프는, 안 죽노라!”
부록 1 더 높은 옥타브로: 추천 도서 목록
부록 2 우리는 정말로 ‘달의 양식’일까?
부록 3 옥타브와 창조의 빛살 그리고 이론물리학
옮긴이의 말 구르지예프의 시간
지은이 존 셜리(John Shirley)
미국의 과학소설(SF) 작가이자 시인, 평론가, 각본가, 펑크 로커이다. 1980년 장편 《도시가 걸어온다》(City Come A-Walkin’)를 발표하며 사이버펑크 운동의 중심인물로 떠올랐고, 1999년에는 단편집 《검은 나비들》(Black Butterflies)로 브램 스토커 상을 받았다. 《크로우(The Crow)》를 비롯한 영화, 드라마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분야를 넘나들며 평생 80권이 넘는 책을 써왔지만, 억누를 수 없는 탐구심으로써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논픽션으로 담아낸 책은 구르지예프 평전이 유일하다.
옮긴이 김상훈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필명은 강수백이다. ‘그리폰북스’ ‘경계소설 선집’ ‘SF총서’ ‘필립 K. 딕 걸작선’ ‘미래의 문학’ ‘조지 R. R. 마틴 걸작선’을 기획하고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 《쿼런틴》, 필립 K.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유빅》,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헤밍웨이 위조사건》,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이언 뱅크스의 《말벌 공장》,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콜린 윌슨의 《정신기생체》,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등이 있다.